판타지AU
*설정 날조 주의
*날조 정말로 주의
*분량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설정 날조 주의
드래곤이 산다는 소문만 무성한 커다란 산 하나와 손바닥만 한 항구도시 하나를 낀 작은 왕국에 특이한 학자가 하나 있었다. 유명한 학술지에 그의 이름이 몇 번이고 쓰였으나 고지식한 학자님들 사이에서 펜이나 잡고 있기에는 인생이 아깝다며 졸업과 동시에 제안받은 대학교수 자리를 당차게도 박차고 나온 젊은 인재였다. 지식을 탐독하는 사람이라기엔 다분히 활동적인 성향과 외형으로 마을 이곳저곳에 얼굴을 비추는 게 취미인 그 학자는, 일 년이면 삼백일 가깝게 안개가 끼는 산언저리 마을에서 어떻게든 해가 잘 드는 거목을 찾아내 그 아래에 둥지를 틀고 살았다. 통나무로 지어진 둥지 바깥에 노란색 차양을 드리우고, 흔들거리는 의자 두 개와 테이블 하나를 두고 앉아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으며 손님을 맞이하는 게 그의 중요 ‘일과’다. (대학 동기에게서 그냥 노는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들은지 벌써 몇 해던가)
학자를 찾는 손님은 크게 세 종류였는데, 첫 번째 유형으로는 그저 심심했을 뿐인 사람들. 마을 사람들은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그를 찾곤 했다. 가끔 차를 얻어 마시러 오는게 용무의 전부인 사람도 있었다. 학자의 차는 설탕을 넣지 않아도 달았으나 그게 입맛에 맞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럴 때면 그는 대놓고 신이 난 표정을 짓곤 했다. 안개에 둘러싸인 마을에서 몇 안 되게 볕이 잘 드는 곳이어서 그런지 학자의 집 앞마당에서 노닥거리는 사람들도 심심찮았기에, 그는 한 가지 조치를 취했다.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에 오로지 그만 출입할 수 있도록 자물쇠를 잠가 둔 것. 끝이었다. 지상에 드러난 한 층하고도 절반 정도의 공간은 마을 사람 누구나, 마을 사람이 아니어도 누구나 드나들 수 있었다. 위험하지 않아? 아무나 막 들이는 거. 아무리 선생이 대단한 사람이어도 말이지. 그 질문에 학자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답한다. 괜찮아! 죽기밖에 더하겠어. 죽을 생각이 없기에 하는 말이었다. 이름 모를 방문자에게 독이 든 차를 대접할 수는 있어도.
그리고 두 번째 유형. 오늘도 학자는 이른 아침부터 예상치 못한 손님 하나를 마주해야 했다. 가장 큰 문제가 올해 농사가 잘 될지, 뒷산의 괴물들이 습격하지는 않을지, 그저 자신들의 터전, 목숨 하나 지키는 것인 마을 사람들에게 학자는 의원과 별다를 바 없는 존재였다. 그의 방대한 지식 중 아주 작은 일부만을 필요로 했다. 학자는 흔쾌히 시간을 내어 그들을 도왔다. 신전의 사제들처럼 치유 마법을 걸어 줄 수는 없지만 어떤 약초를 쓰면 증세가 나아질지 알려줄 수는 있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줄 순 없어도 며칠의 생명은 더 이어줄 수 있다. 학자의 서재에 인연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치료법 관련 서적이 늘어나기 시작한 건 분명히 이 마을에 정착하고부터다. 그는 차를 한잔 더 따르고 설탕통의 뚜껑을 열었다. 언덕을 종종걸음으로 뛰어 올라가는 남자는 학자가 그려준 그림을 한 장 들고 있었다. 고열에 잘 듣는 약초였다. 아이가 간밤에, 갑자기 열이 펄펄 끓어서, 인사도 없이 횡설수설 내뱉은 말에 그는 동요조차 하지 않고 양피지를 펼치며 펜을 들었다. 숲에 들어가서 이렇게 생긴 흰색 꽃을 찾아. 노란색은 아냐. 그 꽃의 뿌리를 잘 달여 먹이면 될 거야. 그래도 안 나아지면 데리고 와. 본인이 가도 괜찮고! 처방은 짧고 간단했다.
남자가 꾸벅 고개를 숙이고 달음박질쳐 올라간 이후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그는 쭉 의자에 앉아 다 식은 찻잔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책을 읽었다. 이제 마지막 유형.
갓 태어난 병아리처럼 해사한 웃음을 지은 용사가 그의 집 문을 두드렸다,
이 짧은 문장에서 쿠죠 키리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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