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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항상 영원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는구나. 에무는 꿈에서 그 말을 들었다. 헤어지자는 키리야씨를 붙잡은게 벌써 세번을 넘어갔을 때였다. 그는 맞은편의 사람에게, 그러면 안 되나요. 하고 말했다. 미소도. 생명도. 사랑도. 영원하지 않으니 지키고 싶은게 아닌가요. 세상에 영원한 건 없으니.

눈물을 닦고 깨어나서 에무는 출근 준비를 했다. 생각해보겠다는 답 이후로 키리야씨에게서 온 연락은 없었다. 좋은 아침, 하던 파라드는 눈치를 보더니 이내 사라졌고 에무는 조용하게 집을 나섰다. 키리야씨와 다시 이야기를 해 봐야 했다...

 

너는 자꾸만 변하는 것들에 집착하는구나, 에무는 또 꿈에서 그 말을 들었다. 키리야씨는 아직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에무는 다시 맞은편의 사람에게 대답했다. 그러면 안 되나요. 언제까지고 똑같이 피어있는 꽃은 향기가 나지 않는 조화일 뿐인걸요. 1초마다 1분마다 시시각각 변해간다면 변하기 전의 그 모습을 전부 눈에 담고 싶으니까 곁에 두려는 거예요. 사라지기 전에. 볼 수 없게 되기 전에. 손에서 떠나기 전에...스러질 꽃잎이라도 쥐고 있고 싶어서...

에무는 버석버석한 눈가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핸드폰을 붙잡아봐도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소식은 없고, 그에게 찾아갈 용기도 없었다. 겨우 출근한 에무는, 어디 아프냐는 환자의 말에 잠깐 아니라고 부정하다 그래 맞아 선생님이 좀 아픈 것 같아 하고 그로서는 드물게 병가를 냈다.

 

너는... 하고, 또다시 그 사람이 물었을때 에무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제가 그러면 안 됐나요? 제가 변하는 마음에 영원하지 못한 관계에 집착하면 안 됐던 건가요? 붙잡은 건 틀린 선택이었어요? 계속 곁에 두고자 한 게 욕심이었다구요? 사랑했을 뿐이에요. 사랑해서 그랬어요. 녹아내릴 것 같은 마음에 다른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았어요. 그걸 사랑이라고 하지 않으면 저 자신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구요. 그래서 사랑이라고 했어요. 당신도 그걸 사랑이라고 불러줬잖아요. 그게 사랑이 아니었으면 좋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이미 사랑한걸 어떡해요. 사랑에 영원은 없어요 알아요, 하지만 영원을 바랐어요, 당신을 사랑하니까. 계속 곁에 두고 싶었어요. 사랑하니까. 붙잡아야 했어요. 사랑하니까. 집착할 수 밖에 없었어요. 마음을 돌리고 싶었어요. 사랑하니까. 사랑해서요. 변하지 않는 건 없다고, 영원한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당신의 마음도 내 마음도 우리의 관계도 언젠가 끝나고 변하겠지 지금같을 순 없겠지, 맞아요 알고 있었어요 너무 잘 알아요 그래서 무서웠어요. 매일 밤 불안에 떨며 잠들었어요. 이런 날이 오겠지. 언젠가 내 곁에 있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게 되겠지 당신은 떠날거고 난 붙잡지 못하겠지... 하지만 꼭 지금이어야 해요? 조금 더 나중은 안될까요? 조금만 더 사랑하면 안 돼요? 좀 더 제 곁에 있는건 싫어요? 제발요. 하루라도 더, 일주일만 더, 한달만, 다음 겨울까지만, 꼭 일년만...그 만큼만 변하지 않고 있으면...영원할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아주 잠시만 더...

 

한참만에 입을 연 그 사람은 말했다.

너는...본인에게 집착하는거야 아니면 너의 사랑에 집착하는거야?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키리야가 아니면 안 됐어? 정말이야?

사랑에 빠진게 본인이 아니었어도 네가 이랬을 것 같아?

호죠 에무는 그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네? 하고 되물었다. 키리야씨, 무슨...

 

에무가 눈을 뜬 건 토요일 낮 두시 반이었다. 너무 오래 자서, 너무 많이 울어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침대 아래로 떨어진 핸드폰은 뒤집어 엎어져 있었다. 그는 그 핸드폰을 뒤집어 쿠죠 키리야에게 왔을지도 모르는 연락을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에 현기증을 느끼며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다. 왜 대답하지 못했을까. 내가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그게 당신이 아니면 안 됐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쿠죠 키리야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호죠 에무는 없다고 그러니까 호죠 에무의 집착도 후회도 미련함도 전부 당신의 탓이라고 그 말을 왜 못했을까... 호죠 에무는 꿈의 키리야에게도 현실의 키리야에게도 찾아가지 못한 채 어중간한 경계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 말을 왜 못했을까, 왜 못했을까 하고 혼자 자책하며, 오래. 오래. 아주 한참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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